4월 19일, 봄꽃이 만개한 아침. 기아청소년 국가유산지킴이들이 광주광역시 광산구 동하마을에 위치한 만귀정을 찾았다. 이 고즈넉한 정자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그 속에 숨은 깊은 철학과 상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머무르게 한다. 이날 기아청소년들은 오전 9시, 만귀정에 모여 ▲ 문화유산 모니터링을 시작으로 ▲ 주변 정화활동, ▲ 동하마을 플로깅, ▲ 그리고 정자문화 체험 활동까지 다채로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취석(醉石)’과 ‘성석(醒石)’이라 불리는 두 개의 돌에 담긴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을 통해, 문화유산이 단순히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느끼고 사유하는 대상임을 직접 체감했다. ▶ 향기에 취하고, 현실에 깨어나다 만귀정에서 습향각으로 이어지는 길목, 축대 아래 조용히 놓여 있는 두 개의 직사각형 돌. 한쪽에는 ‘취석’, 반대쪽에는 ‘성석’이라 새겨져 있다. 이름 그대로, 만귀정을 들어설 때는 꽃내음에 취해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고, 나올 때는 향기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이상과 현실을 꿰뚫어 보며 조화를 이루려는 선현들의 깊은 사유를 상징한다. 청소년 지킴이들은 이곳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해석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정자에서 직접 시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활동 중 한 청소년이 지은 시이다. ▶ 정자와 함께한 하루, 유산을 체험하다 만귀정 일대는 세 개의 정자가 서로를 향해 마주하고 있다. 습향각을 지나 가장 안쪽에는 묵암정사가 자리한다. 이는 송정 읍장을 지낸 묵암 장안섭의 덕행을 기리기 위해 광산 군민들이 뜻을 모아 지은 정자로, 사방 한 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단아한 구조다. 몇 해전 기아국가유산지킴이가 찾은 만귀정은 나무다리가 세 정자를 이어주며 운치를 더했지만, 최근 보수공사로 화강암 다리로 대체되며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린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현대적 개보수 사이에서 조화를 찾는 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 만귀정의 관리 주체가 개인(문중)과 관할 행정기관 사이에서 모호하다는 점도, 청소년들에게는 문화유산의 ‘보존’이라는 과제가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배움의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