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국가유산지킴이, 겨울 끝자락에서 청정활동과 모니터링 실시
경칩이 지나며 봄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지만 아직 음력 1월의 공기는 차가웠다. 이른 봄 아침, 광주 서구의 문화유산 만귀정에는 기아국가유산지킴이들이 하나둘 모였다. 차가운 공기에 손이 시렸지만, 봉사자들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하루의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참가자들은 만귀정의 역사와 의미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만귀정(晩歸亭)은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5호로, 흥성 장씨의 선조인 효우당 장창우가 후학을 가르치던 옛터에 그의 덕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일제강점기에 세운 정자이다. 원래 건물은 소실되었으나 1934년에 다시 세워졌고 1945년에 보수되었다. 건물은 앞면 2칸, 옆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정자로, 내부에는 시문과 함께 23개의 현판이 걸려 있어 당시 선비들의 풍류와 학문적 정신을 전하고 있다.
큰 연못 위에 자리한 만귀정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습향각과 묵암정사가 한 줄로 이어져 독특한 경관을 이룬다. 이곳에는 선비들이 자연을 노래하며 남긴 ‘만귀팔경’의 시문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만귀정8경 (晩歸亭 八景) ㅣ 효우당 장창우
서석명월(瑞石明月)~ 무등산에는 밝은 달이 떠 있고
용강어화(龍江漁火)~ 용강에는 어부들의 불빛이 있네
마산청풍(馬山淸風)~ 마산에는 맑은 바람 산들거리며
낙포농선(樂浦農船)~ 낙포에는 농사를 위한 배가 오가네
어등모운(漁燈暮雲)~ 어부들의 등불에 저녁 구름 피어나고
송정야전(松汀夜電)~ 송정에는 전기불이 밤을 밝히며(돈암공파 족보자료)
↳송정야설(松汀夜雪)~ 송정에는 흰눈이 밤을 밝히며(2017년 효우공 동하문중 자료)
금성낙조(錦城落照)~ 금성에는 아름다운 저녁노을
야외장강(野外長江)~ 들밖에 길고 긴 강물이 흐르네
‘만귀’라는 이름은 효우당이 늦은 생애를 자연 속에서 보내겠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50년경 극락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초당을 짓고 후학을 양성했던 것이 만귀정의 시작이었다. 이후 후손들이 그의 덕을 기리기 위해 연못을 파고 동산을 만들어 정자를 다시 세웠다.
또한 만귀정은 당대 선비들이 모여 시를 짓던 만귀정 시회가 열리던 풍류의 공간이기도 했다. 연못 중앙의 습향각은 “연꽃 향기가 밀려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정자 주변에는 왕버들이 우거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날 지킴이들은 이른 봄 문화유산 모니터링과 청정활동을 함께 진행했다. 겨울 동안 잎이 떨어진 나무 덕분에 주변을 살펴보기는 수월했지만, 낙엽 속에 가려진 쓰레기와 위험 요소를 확인하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했다. 특히 해빙기를 맞아 시설물 안전 상태도 꼼꼼히 점검했다.
청정활동은 만귀정에서 습향각, 묵암정사로 이어지는 길과 연못 주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겨울이 지나 연꽃이 사라진 연못은 평소보다 맑게 속이 들여다보였고, 그동안 물속에 쌓여 있던 쓰레기들도 눈에 띄었다. 봉사자들은 긴 대나무를 이용해 물속의 쓰레기를 하나씩 건져 올리며 정성을 다해 정화 작업을 이어갔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조금씩 깨끗해지는 연못을 보며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번졌다.
아직 만귀정에는 화사한 꽃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오지 않았지만, 봄의 전령인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었다.
이른 봄의 찬 기운 속에서도 기아국가유산지킴이들은 오늘도 만귀정에서 국가유산을 아끼고, 지키고, 함께 숨 쉬며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참고: 광주 서구문화원